나무 스스로 (1)

  • 작성자 : 허정열
  • 조회 : 1,130
  • 12-03-21 12:56

아버지는 고향집 맞은 편에 있는 널따란 땅을 마호가니 묘목을 기르는 사람에게 임대했다. 그는 묘목을 심은 뒤 물을 뿌리러 나왔다. 이상한 것은 물을 주는 날자나 물의 양이 제멋대로 라는 사실이었다. 사흘이나 닷새, 열흘만에 올 때도 있었다. 더욱 이상한 것은 묘목이 메말라 죽는 것이었다. 그래서 그는 올 때마다 묘목 몇 그루를 가져와 심었다. 처음에는 게을러서 묘목을 말려 죽인다고 생각했다. 하지만 게으른 사람이 새 묘목을 가져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. 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해 그에게 물었다. " 날마다 물을 주면 마호가니가 말라 죽지 않을 거 아닌가요? " 그는 말했다. " 나무는 한두 달 가꿔 수확하는 채소와 달리 무릇 백년은 내다보고 길러야 하네. 나무 스스로 땅속에서 물이 나오는 곳을 찾을 수 있어야 하지. 내가 물을 주는 것은 하늘을 흉내 내는 것 뿐일세. 하늘이 예고하고 비와 바람을 내린적이 있던가? 불규칙한 날씨에 적응 못한 묘목은 자연스레 말라 죽지만 죽자 사자 땅속으로 파고들어 수원을 찾아내는 나무는 백년이 지나도 거뜬히 살아 남는다네." 그는 말을 이어갔다. " 만일 내가 시간 맞춰 꼬박꼬박 물을 준다면 묘목은 의지하는 습관이 생길걸세. 뿌리가 땅 표면에서만 겉돌고 깊게 파고들지 못해 물을 주는 횟수가 줄면 금새 말라죽지. 살아남는다 해도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 쉽지."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. 어디 나무 뿐이랴. 사람도 마찬가지다. (퍼옴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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